바람이 분다.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 소리. 대숲의 소리가 청량하다.
저렇게 맑은 소리 내는 것은 제 안을 가득 채우지 않고 자꾸자꾸 비워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초록 줄기를 타고 내려온 햇살을 밟는다.
발끝에서 생명의 기운이 올라온다.
대나무가 하나만 휘면 멋이 없는데, 한꺼번에 휘니 하늘이 왔다 갔다 한다.
대나무 숲에 빨려 들어간다.
멈춰진 시간의 길, 경이롭다.
기나긴 터널 지나면 어떤 세상이 기다릴까.
잎 떨군 회색의 한낮, 대숲에 서서 눈을 감고 계절을 그린다.
넘실거리는 생명이 아른거린다.
코끝을 스치는 싱그러운 풀냄새와 옅은 흙냄새 주위는 온통 초록색뿐.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이다.
동사를 많이 가진 사람은 행복해진다.
당신은 어떤 동사로 된 소원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