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적멸로 가는 길

까치놀 2024. 11. 19. 21:18

 

 

산은 때 아닌 때에 다시 한 번 봄을 맞아 백화 난만(百花爛漫)한 것일까? 아니면 불의의 신화에 이 봉 저 봉이 송두리째 붉게 타고 있는 것일까? 진주홍(眞朱紅)을 함빡 빨아들인 해면같이, 우러러 볼수록 찬란하다. 산은 언제 어디다 이렇게 많은 색소를 간직해 두었다가, 일시에 지천으로 내뿜는 것일까? 단풍이 이렇게까지 고운 줄은 몰랐다.”

-정비석의 '산정무한' 중

 

지리산 뱀사골 계곡, 10Km 단풍에 취해 발목이 시큰하도록 걷고 또 걷습니다.

적멸(寂滅)로 가는 길이 어찌 이토록 환하고 아름다운지요.

낙엽을 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울고, ‘사드락 사드락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더니 그렇습니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누구라도 산천을 헤매게 할 정도로 황홀합니다.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라고 이생진 시인은 읊었습니다.

낙엽을 간직한 사람은 사랑을 간직한 사람이고,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랍니다.

붉은 단풍잎 한 잎 주워들고 단풍잎처럼 붉어진 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선인(仙人)이 별건가요.

사람()이 산()에 있으면 선()인이 된다더니 오늘 제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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