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기생초

까치놀 2024. 11. 16. 23:46

 

 

늦가을 햇살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쏟아지는 오후, 가고 있는 계절이 손짓하는 시간이다.

가을이 익어가며 뒷걸음질 친다.

너른 강변 푸석푸석 말라가는 풀 사이로 계절을 놓친 늦게 핀 여름꽃이 보인다.

바삭바삭한 노란 햇살이 꽃잎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금방 겨울이 올 텐데, 괜히 내 맘이 급해진다.

 

기생초(妓生草), 너무 흔한 꽃이지만 사실 그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잎이 여리고 줄기가 가늘며 화사한 노란색의 꽃 중심부에 강한 포인트를 주듯, 자리한 흑적색의 무늬가 진하게 화장을 한 고혹적인 기생의 모습을 닮았다 해 기생초가 되었다고도 하고, 꽃의 생김새가 마치 조선시대 기생들이 바깥 나들이할 때 머리에 쓰던 전모(氈帽)를 닮았다 하여 기생초라는 이름을 얻었다고도 한다.

아무튼, 짙은 밤색으로 치장한 꽃술을 둘러싸고 있는 노란 꽃잎의 모습은 예쁘게 단장한 기생의 자태처럼 화려하고 아름답다.

이따금 불어온 강바람에 살랑거리며 강렬한 색조를 띤 유혹의 손짓을 보내는 것 같은 기생초의 모습은 한없이 애잔하고 사랑스럽다.

 

꽃 가에 앉아, 한 줄기 바람에 흩날리는 기생초 꽃잎에 사랑과 이별의 한을 간직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 시인이자 기생인 매창과 홍랑, 황진이, 한우, 논개 등의 모습을 그려본다.

신분의 벽이 높았던 조선시대, 비록 미천한 신분의 기생이었지만 당대의 석학들과 시문을 겨루며 지조와 절개를 지킨, 문학적 삶을 살다 간 아름다운 사람들.

어찌 사랑스럽지 않고, 사랑하고 싶지 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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