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단청 다 벗고, 고졸한 멋이 나는 나무결 그대로 드러낸 곰삭은
곰소의 구수한 젓갈 맛 마냥 곱게 늙은 절집
그 절집 위 닭 벼슬처럼 얹혀있는 우금바위 위에서 내려다본
김제 평야의 지평선
하늘과 바다가 얼굴을 맞대고 출렁이는 서해바다의 수평선
선과 선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부안 능가산 개암사이다.
우금바위를 배경으로 두 팔을 벌리고 날아갈 듯 서있는 대웅보전의 장중한 모습은
산과 집과 바위가 함께 어울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듯 아름답다.
개암사는 대웅전 가까이 다가서기 보다는 아래 마당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쳐다볼 때의 아름다움
흔히 개암사는 대웅전 하나로 족하다 말한다
백제 무왕 15년(634년) 묘현 왕사가 창건한 개암사는
임진왜란으로 전소, 조선 인조 17년(1636년)에 복원
보물 292호로 지정된 외형이 매우 화려한 대웅전은
규모는 단출하고 작지만 불전을 장엄하는데 온갖 솜씨와 정성을 다 했다.
처마 밑 공포의 짜임이 아래에서부터 연잎, 줄기, 연꽃 봉우리로 나타내져 대웅전이 연꽃 속에 파묻혀있고
양쪽 모서리 기둥위에 여의주를 잎에 문 두 마리의 용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앞면 창호의 아름다운 창살문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을 타고 천장에 핀 꽃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법당의 화려함을 더해주는 것은 천장의 꽃만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뽑아낸 부재 끝을 용으로 장식한데다
날개를 활짝 편 극락조가 천장을 이리저리 날고 있어 법당이 살아 숨 쉬는 것만 같다.
용 9마리에 극락조가 10마리도 넘는다
화려한 닫집 안에는 구름을 박차고 오르는 또 다른 5마리의 용이 불국토를 장엄하고 있다.
개암(開巖)이라 부르는 우금바위
원효대사가 수행 정진했던 원효방이라 부르는 원효굴
1300여 년 전 원효대사의 체취가 묻어있는 곳
그곳에 유천(乳川)이라는 조그만 샘이 흐르고 있다.
동굴 안 왼쪽 3m 높이에서 실 날 같이 흐르는 물은 바닥에 작은 샘을 만들어 주변 땅을 적시고 땅 속으로 잦아든다.
굴속에 서면 금방 곁에서 물을 떠 마시는 대사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
손으로 한 움큼 물을 떠먹어 본다.
시원하다. 샘물은 흐르고 흘러 내 마음까지 와 닿는다.
대사의 마음은 흐르는 물이고 흐르는 산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