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과거가 된 시간

까치놀 2015. 3. 23. 08:37

 

 

교문도 없고 창문도 깨어진 황량한 폐교

바다가 보이는 교실, 넓지 않은 운동장가에는

봐 줄 어린이도 없는데 목련꽃만 환하게 피어있다

길 건너 밖은 바다로 이어진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제 도시의 어느 한 구석에서 따뜻한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서자

퇴색된 칠판과 부서진 책상 걸상 위로

오래된 시간과 오래된 냄새가 다가온다

구물구물 꿈틀거리는 깨알 같은 글씨들

살아있는 모든것은 소멸로 향한다

누구나 외로우면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렇게 기다리는 존재가 우리가 아닌가

언제 다시 만나리 보고픈 저 얼굴들

 

외롭거나 아프거나 버려진 것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기에 왜 이리 가슴이 아파오는지

 

이곳을 스쳐간 학생들의 마지막 향기, 온기, 느낌들을

기억에 새겨두고

세상과 떨어져 투명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앉아 책을 읽다 고개 들어

옛 친구를 기다리는  책 읽는 여인

교정엔 봄 햇살이 여전히 따사로운데

삐죽삐죽 마늘만 어린이들의 함성이 되어

운동장에 빼곡하다

 

(남해안 득량만 청포마을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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