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할머니 집 뒤
대나무밭 대나무 키보다 큰 살구나무 한 그루
연분홍 비칠듯 말듯 하염없이 흰눈처럼 내리던
여리고 곱다 못해 애달프기 그지없던
내리며 스러지던 아슴아슴한 구름 무리
화장기 없는 누이의 볼에 핀 수줍음처럼
그렇게 수수하게 예쁜 꽃
살구꽃
봄날 찻집에서
차향과 함께 마주앉은 여인에게서 풍겨오는 향내,
그것은 살구꽃 향기였을까? 아니면 그녀의 체취였을까?
가슴 서늘하게 하는 저고리에 피어있는 살구꽃 몇 송이
흰 바탕에 거짓말처럼 분홍색이 번져있는 살구꽃
그 절정의 순수.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기 노랑이 (0) | 2014.04.24 |
---|---|
조고각하 (0) | 2014.04.23 |
제비꽃 (0) | 2014.04.22 |
포공구덕(蒲公九德) (0) | 2014.04.21 |
손 끝으로 전해지는 봄 (0) | 2014.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