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살구꽃

까치놀 2014. 4. 23. 05:38

 

 

 

어렸을 적 할머니 집 뒤

대나무밭 대나무 키보다 큰 살구나무 한 그루

연분홍 비칠듯 말듯 하염없이 흰눈처럼 내리던

여리고 곱다 못해 애달프기 그지없던

내리며 스러지던 아슴아슴한 구름 무리

화장기 없는 누이의 볼에 핀 수줍음처럼

그렇게 수수하게 예쁜 꽃

살구꽃

 

봄날 찻집에서

차향과 함께 마주앉은 여인에게서 풍겨오는 향내,

그것은 살구꽃 향기였을까? 아니면 그녀의 체취였을까?

가슴 서늘하게 하는 저고리에 피어있는 살구꽃 몇 송이

흰 바탕에 거짓말처럼 분홍색이 번져있는 살구꽃

그 절정의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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