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단청 다 벗고 고졸한 나무결 그대로 드러내놓고
곰삭은 곰소의 구수한 젓갈마냥 곱게 늙은 개암사 대웅전
흔히 개암사는 대웅전 하나로 족하다 지만
그 절집 위 닭벼슬처럼 얹혀있는 을금바위 위에서 내려다본
김제평야의 지평선, 하늘과 바다가 얼굴을 맞대고 출렁이는
서해바다의 수평선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 능가산 개암사이다.
쪼개진(開岩) 울금바위 아래 원효대사가 수행한 굴 원효방
아늑한 굴 안에 벽을 타고 실날같은 물이 흐른다
1300년 마르지 않은 대사의 마음
아름 하여 유천(乳泉)
그때의 대사처럼 한웅큼 물을 떠 목을 축인다 시원하다
개암사 대웅전 반야용선 타고
어서 서해바다 건너 피안의 땅으로 가라고
대사가 이르시는 것 같아 급히 산을 내려 절집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