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흰 동백꽃

까치놀 2013. 4. 12. 22:55

 

 

몇 해 전 12월, 거문도에만 한 그루 있다는 흰 동백이 보고 싶어 찾아 나선 적이 있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흰 동백꽃은 볼 수 없었지만, 붉은 동백꽃과의 뜻밖의 조우, 

쪽빛 바다 위에 가늘게 흩날리는 눈발을 타고, 온몸을 불태운 붉은 핏덩이 채 그리움이 되어,

신음하는 바다를 달래기라도 하 듯 바다에 안겨드는 그 처연한 아름다움.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 위에 수북이 쌓인 아직 살아있는 듯한 그 꽃들의 말간 눈망울

그 때 눈 위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은 분명 피보다 더 진하게 눈 위를 물들여 갔다.

 

지난 3월, 고흥 금산을 여행하다 어느 시골집 담장 너머 핀 흰 동백꽃

윤기 흐르는 푸른 잎새에 잘게 부서지는 햇살의 영롱함

그 속에 수즙은 듯 피어나는 탐스러운 흰 동백꽃 송이

 숨이 멈추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그 순수함

세상에, 그건 분명 백일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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