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멀다더니 내가 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 보림사 후원 노(老)보살님의 음식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보림사 밥맛이 좋다고 소문 난 적이 있었다. 절밥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 절밥이 먹고 싶어 공양 시간을 맞추려 한 시간쯤 차를 몰아 달려가 후원에 들면 항상 노보살님은 어머니같이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절집의 스님들이야 인연 따라 바뀌지만 노보살님은 한평생을 그곳에서 절을 지키며 스님들의 공부를 뒷바라지해 주셨다.
노보살님 가신지 수년이 지났다. 이젠 공양간도 산뜻하니 현대식으로 보수하고 모든게 새로워졌다. 이따금 옛 그 노보살님이 그리워 후원에 들면 낯설기만 할뿐. 옛 것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지만 새로운 것에는 왜 그리 공장 냄새만 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