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해 겨울은 따뜻했었네

까치놀 2014. 12. 20. 19:01

 

 

자고 나면 눈입니다

먹자니,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까운

우리집 마당에 키 큰 땡감나무 한 그루

해마다 이맘때면

배고픈 날짐승들의 잔치가 벌어집니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홍시가 되면 어디서 모여든지

왁지지껄

보는 눈이 더 배부릅니다

 

벌써 오래전의 얘기가 되었습니다

주왕산 자락 옛 화전민이 살던 토담집을 고친

토굴에서 친구가 홀로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한겨울 정말 먹을 것이라고는 겨우 세끼 밥 힌 그릇

겨울, 습관처럼 찾아 갔지만

너무 심심하고 입도 궁금하고 갈 곳도 없고

그곳 머잖은 곳에 있는 고목 감나무 한 그루

남녘은 홍시가 되면 쳐져 땅에 떨어지고 말지만

깊은 산속 오지게 추운 곳이라

얼었다 녹았다 나무에 붙어 그대로 된 자연 곶감

감칠맛 도는 쫀득쫀득 달고 고마운 그 맛

그떄 이후 감나무는 내게

또 다른 친구가 되었습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착각과 환상  (0) 2015.01.05
새해 서설  (0) 2015.01.01
가슴 따뜻한 겨울밤  (0) 2014.12.05
낙엽 지는 소리  (0) 2014.12.03
마음에 꽃등 하나 달고  (0) 201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