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눈입니다
먹자니,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까운
우리집 마당에 키 큰 땡감나무 한 그루
해마다 이맘때면
배고픈 날짐승들의 잔치가 벌어집니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홍시가 되면 어디서 모여든지
왁지지껄
보는 눈이 더 배부릅니다
벌써 오래전의 얘기가 되었습니다
주왕산 자락 옛 화전민이 살던 토담집을 고친
토굴에서 친구가 홀로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한겨울 정말 먹을 것이라고는 겨우 세끼 밥 힌 그릇
겨울, 습관처럼 찾아 갔지만
너무 심심하고 입도 궁금하고 갈 곳도 없고
그곳 머잖은 곳에 있는 고목 감나무 한 그루
남녘은 홍시가 되면 쳐져 땅에 떨어지고 말지만
깊은 산속 오지게 추운 곳이라
얼었다 녹았다 나무에 붙어 그대로 된 자연 곶감
감칠맛 도는 쫀득쫀득 달고 고마운 그 맛
그떄 이후 감나무는 내게
또 다른 친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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