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걸친 것 없는 속(俗) 됨을 다 지워낸,
그래 청렴과 무욕을 말해주는 듯한 배롱나무. 공명을 버린 선비의 마음은 저런 모습일까.
개울을 타고 연못에 드는 맑은 물소리가 옥을 굴리는 소리 같다 해 이름한 명옥헌(鳴玉軒)원림
인조반정의 공신 오희도(1583-1623)의 옛 집터로 그의 후손들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정자를 짓고,
계곡 위쪽에 작은 연못을, 명옥헌 정자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큰 연못을,
정원의 주변에 적송과 배롱나무를 심어 큰 꽃밭을 만들었다.
배롱나무는 껍질이 자주 빛을 띤다고 해 옛 분들은 자미(紫薇)라 부르며
자미꽃은 도화꽃과 같이 무릉도원을 상징하는 꽃이기에 봄엔 도화를 여름엔 자미꽃을 보면서
벗들과 시를 읊고 학문을 논하고 풍류를 즐기며 무릉도원의 세상을 꿈꿔 왔다고 한다.
정자의 마루와 지붕을 잇는 기둥이 만들어 낸 공간 속에는 삶의 향기가 넘쳐나
시가 되고 학문이 되고 그림이 되고 음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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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野草木年年綠(산야초목년년록)
世民英雄歸不歸(세민영웅귀불귀)
산과들의 초목은 해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푸르되
사람은 능력과 귀천을 가리지 않고 산객이 되면 돌아오기 어렵다.
(정자의 기둥에 걸린 주련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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