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44호 월출산 회문리 마애불)
월출산 구정봉(738m) 벼랑 끝
바위에 깃들여 있는 부처를 찾아 거친 바위를 털어내고 다듬어
산세만큼이나 우람하고 거룩한 영암 회문리 마애불은
높은 세계에서 인간 세계를 내려다보며 눈부신 무언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바위 면을 약간 파 직사각형의 방을 만들고 그 안에 불상을 새긴 전체 높이 8.6m의 거대한 석불로
구석구석 토실토실한 둥근 맛을 내면서도 정교함을 잃지 않은,
가슴과 어깨를 쭉 편 당당한 모습은 고려 석불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고려시대 대표적인 마애불이라 한다.
광배에는 연꽃잎과 당초문이 새겨져있으며 둘레에는 불꽃이 타올라 생동감을 더 해준다.
천년 고색이 어린 이끼 낀 바위면 불상의 오른손 옆 귀퉁이에 조그만 동자상이 서있다.
마치 관세음보살에게 법을 구하는 선재동자처럼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천진불인 동자는
함께 성불할 것을 재촉하는 듯 금방 우리 곁에 걸어 나올 것만 같다.
마애불 건너편 5층 석탑과 아래 3층 석탑, 석종 부도 등
막이 내리고 모두 떠난 뒤 텅 비어있는 연극의 무대처럼 숨 막히는 정적만 감도는 빈 절터
정지한 시간, 무상한 세월, 다 어디로 간 걸까?
(월출산 용암사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