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검정고무신

까치놀 2013. 5. 1. 23:10

 

 

 

산길을 걷다 암자 표지판에 발이 이끌려

빠금히 열린 사립 안으로 몸을 들였습니다

작으막한 건물 한 쪽은 '법당'

한 칸 건너 문지방 위에는 '달바람'

두 개의 현판이 가지런히 걸려있었습니다

마음의 먼지를 쓸어내듯

 빗질 자국도 정갈한 마당

그리고 토방 위 댓돌을 대신한

큰 나무토막 위 검정고무신 한 켤레

정말 가슴에 품고 싶은 꽃고무신

차마 스님의 안부를 물을 수 없었습니다

 

벽 한쪽에 쓰여 있는 시 '소식'이

스님의 안부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문 닫고 있어도

아름다운 새 소리에

간드러지는 꽃 소식을 듣고

스산한 가을 색깔을 바라보며

만상의 절절한 이별의

시를 읽는다

청정한 소식은 늘 있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