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회색빛 우수
까치놀
2024. 11. 10. 09:32
눈가에 물기를 돌게 하는 길 잃은 언어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가을이 전해 준 손편지 한 장
행여 잊힐까 얼른 눈에 담아두며 고개를 드니
동화 속의 그림처럼
아직 잠이 덜 깬 하늘에는 엷은 회색빛 우수가 어른거린다
이 최후의 며칠간 소멸은 아름다움이다
붉고 노란 단풍의 색깔은 스스로가 살아온 생의 흔적이다
온 힘을 다해 살아온 것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다
깊어지는 가을만큼 아련한 그리움
그리운 누군가 혹은 무언가 가까운 곳에 있음은
여전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래전 자주 만나곤 했던 흐릿한 이름들을 하나씩 마음으로 외우는 시간은
얼마나 사무친 일인지
그대의 곁, 그 가까이에도
마음 놓아둘 그곳이 있기를 바라본다
걷던 길 잠시 멈추어 떨어진 낙엽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