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둠
까치놀
2024. 6. 26. 21:17
이것저것 색을 섞다 보면 색이 무거워진다. 무거워진 색은 끝내 검어진다. 나뭇잎이 썩어 만들어진 검은 웅덩이에 막대기를 쑥 집어넣고 흙을 끌어 올리다 보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무섬증이 일어 힘을 잔뜩 주고 버티게 된다. 검은색이 되어가는 어두운색들은 블랙홀처럼 물질을 끌어들여 힘을 가둔다. 검은색을 가진 존재는 힘이 센 것이 아니라 외부의 힘을 빼앗아 가두고 있다.
늦은 밤 혼자 사는 방안에서 불을 켜지 않고 어둠의 무게를 느낄 때가 있다. 나의 몸과 마음이 무겁지 않다면 어둠의 무게는 안정감을 가진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무겁다면 어둠은 천근의 무게로 압박을 가한다. 어둠은 빛을 가둘 뿐만 아니라 물질을 빨아들여 가둔다. 공간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어두움은 빨아들인 물질을 내리눌러 찌그러뜨리고 부피를 줄인다. 그래서 어두움은 부피에 비해 큰 무게를 가진다. 어둠의 무게는 인간이 가볍게 행동하는 것을 막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