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문향
까치놀
2015. 7. 11. 13:45
문향(聞香)
"뜻이 좋아 골랐네, 여름에 부치시게"
푸른 꿈을 함께 나눈 전주 사는 친구가
뜬금없이 합죽선을 보내왔습니다
부채를 펼치자
휘휘 교차하는 잎들괴 활짝 핀 꽃 몇 송이
살짝 고개를 내민 이제 막 피어나는 꽃송이가
흰 바탕의 여백을 메꾸고 있었습니다.
오른쪽 위에는 '聞香'이란 글자가
왼쪽 아래 귀퉁이에 읽기 어려운 붉은 낙관이
"난 향은 코로 맡는 게 아니라
귀를 기우리고 듣는 거라더군, 잘 들어보게"
친구의 당부도 함께 담겨있었습니다
며칠 전, 장수를 지나 진안으로 가던 중
시골의 허름한 어떤 식당에 들었는데
내 부채에 있던 난이
항토벽에 다시 피어 막 향기를 날리고 있었습니다
'蘭香千里'
천리 먼 곳까지 퍼져 날리는 향기라니
눈을 감아도 그 은은한 향 귓 가를 맴돕니다